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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문화가 공존하는 공간 만들기

기사 등록 : 2015-11-18 17:19:00

권유진 kwonnew0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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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디자이너 홍창근

 

 

 

신장동에 위치한 평택국제중앙시장은 한국전쟁(6·25) 이후부터 생겨난 평택 지역만의 독특한 장소이다. 평택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곳에 더욱 특별한 사람이 있다. 홍창근(53) 건축가는 지난 20여 년간 신장동에 위치한 크고 작은 가게들을 직접 설계하고 시공 해왔다. 신장동 변화의 산 증인인 그를 만나봤다.


우연히 시작한 건축쟁이 삶
평택고와 한양대 토목과를 졸업한 홍창근 건축가는 처음에 평택이 아닌 서울에서 일을 시작했다. 1990년 대 초반, 대중가요가 빠르게 유행·확산되면서 국내에 많은 음향 스튜디오와 녹음실이 만들어졌다. 이는 그가 본격적으로 건축 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녹음실과 스튜디오 설계를 의뢰받은 것이다.
소리의 잔향과 음향처리 때문에 녹음실 설계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타고난 감각으로 고음질의 소리를 그대로 살려냈다. 이후 설계를 의뢰해오는 이들이 점차 많아졌다.

‘경기도의 이태원’, 신장동을 만나다

‘경기도의 이태원’이라 불리는 평택국제중앙시장. 신장동 K-55 미 공군기지 앞 쇼핑몰과 중앙시장을 아울러 부르는 이곳은 그 별칭만큼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신장쇼핑몰 입구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보행자 전용도로에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옷가게와 기념품 가게, 외국음식 전문점 등 다양한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중앙시장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길에서도 카페와 작은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홍창근 건축가가 평택에 돌아온 것은 그의 나이 30대 초반. 그는 당시 호황을 누렸던 영천관광호텔의 리모델링과 카페 설계 작업을 의뢰받았다. 서울에서 빽빽한 작업일정을 소화 하느라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고향에서 의뢰한 일을 거절할 수 없었다.


영천관광호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그에게 의뢰된 일은 레스토랑,‘ 블루 오페라’ 설계였다. 신장동 국제쇼핑몰 거리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이곳은 휴일이면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이국적인 독특한 건축물로 장식한 외관과 개성 있는 가구들이 가득한‘ 블루 오페라’는 지금도 국제쇼핑몰에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블루 오페라’ 작업이 끝난 뒤, 그는 본격적으로 송탄에서 자리 잡으며 디자이너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상점과 클럽, 카페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문화가 융합된 특색 있는 건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서울에서 의뢰받는 일처럼 장기간 해야 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는 없었어요. 하지만 큰 녹음실을 만들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었죠. 녹음실 작업의 경우 정해진 공식이 있어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나타내는 데 한계가 있었거든요. 평택 신장동에서의 작업은 오롯이 제가 설계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제 개성을 드러낼 수 있었던 작업이에요.”

 

변화의 물결을 앞둔 신장동
그가 신장동에서 건축가로 활동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앞두고 있다. 과거 호황을 누렸던 영천관광호텔은 철거됐고, 미군기지의 역사를 담은 상점들도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다. 2016년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되면서 미군들을 위한 고급 오피스텔이 건설되고 있다.


“신장동의 그런 변화가 새롭기도 하면서 아쉬워요. 가장 의욕적으로 이 일을 하고, 젊고 혈기왕성할 때 활동한 공간이다 보니 애착이 많이 가요. 보람을 느끼는 한편 아쉬운 점도 적지 않죠.”


그는 서울의 큰 프로젝트와 달리 평택에서의 작업이 더욱 뜻 깊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신장동을 봐 온 만큼, 시민을 위한 마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06년, 경기도에서 신장동 내 가게들의 간판교체 작업을 실시했어요. 쾌적한 거리환경을 조성한다는 의의였지만, 얼마 안 돼 거리가 너무 획일적이고 개성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원상복구 됐었죠. 그런 모습들이 너무 안타까워요. 많은 예산으로 이뤄지는 마을 정비 사업들이 좀 더 깊은 고민을 한 뒤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고향에서 작업을 이어나갈 거라고 말하는 홍창근 건축가. 제2전성기를 앞둔 신장동에서 그가 만든 새로운 장소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