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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노래하며 삶을 깨우치다

기사 등록 : 2015-11-18 16:19:00

박명호 samguri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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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민요 장례요

 

 


세상은 불공평하다.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투덜거린다. 삶이란 본디 그런 것인지, 아니면 처해진 사회·역사적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이 하나 있으니 다름 아닌 ‘죽음’이다.

죽음 수업(Death class), 웰 다잉(Well Dying)…. 남은 생,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 무엇을 해야 할까, 잘 사는 모습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역설적으로 ‘죽음’에 대해 질문하라고 한다.
상장례 전 과정은 주검을 처리하는 절차(장례식)다. 상여소리(장례요)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불리는 소리의 총칭이다.

평택민요의 상여소리는 장지까지 가면서 부르는 ‘긴상여소리’와 ‘자진상여소리’, 하관을 하고 연추대로 땅을 다지며 부르는 ‘달공소리’가 있다.

 

 

 


1. 긴상여소리
죽음은 우리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 가운데 마지막 통과 의례다. 장례요인 긴상여소리는 망자의 주검을 상여에 태우고 이 세상에서 살던 집을 떠나 영원히 잠들(永眠) 묘지를 향해 가면서 부르는 노래다.
죽음과 이별의 슬픈 소리

긴상여소리는 죽음과 이별의 슬픔을 담고 있다. 때로는 저 세상으로 가는 망자의 처지에서, 때로는 이 세상에 남아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야 하는 가족(자식, 남편·부인, 형제자매 등)의 입장에서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 (…)백년 낭군님 너~어호와 나를 잡구려 너~허 호와/어디로 가라로 너~허 호와/꽃가마를 태우고 너~어 호와/갈 길을 재촉하네 너~호와(…)
㉡ (…)아이고 어머니 너~호와 어이로 갈려고 너~호와/어머니 따라서 너~호와 우리도 가야지 너~호와/아직 너희는 너~호와 못 가는 길이라 너~호와(…)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죽음과 죽은 사람이 가는 저 세상은 두렵고 멀리하고 싶은 대상이다.


㉠은 죽음을 맞이한 여인이 애통해하며 사랑하는 낭군에게 자신이 떠나지 못하게 잡아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상여는 무심하게 묘지를 향해 달려간다. 낭군이 대표적으로 나왔지만 죽음과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은 저 세상으로 가는 어머니와 이 세상에 남은 자식이 주고받는 대화의 일부다. 효성이 지극한 자식은 죽음과 저승까지도 어머니를 따라 같이 가려고 한다. 그러나 저 세상은 나이 어린 자식이 갈 수 없는 곳이다. 죽음이 갈라놓은 이별의 슬픔이 극대화된 모습이다.

인생의 덧없음과 삶의 애환이 담긴 소리
삶을 되돌아볼 때 회한(悔恨)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히 죽음 앞에서 맞는 후회, 설움, 아쉬움 등 삶의 회한은 절실함에서 모두를 숙연케 한다.
긴상여소리에 나오는 망자는 살아서 호의호식(好衣好食)하지 못했다. 없는 살림에 자식을 위해 품팔이 하러 다니고 주린 배를 허리띠로 졸라 양식을 삼으며 살아왔다. 고생고생하다 보람도 없이 병을 얻어 죽음을 맞이한다.


(…)살았을 때는 고생도 많아서/남 모르게 눈물도 흘리고/이 곳 저곳 다니면서/품팔이 하러 다니었건만/너희들을 키우려고/온갖 고생도 많이 하면서/허리띠로다 양식을 삼아/그러다 보니 세월은 가네/없는 살림을 하다가 보니/나도 모르게 병이 들어서(…)


망자는 사설에서 ‘황천객’이 되고 보니 모든 것이 ‘후회가 된다’고 말한다. 어쩌면 모든 깨달음은 그 때가 지나서야 얻을 수 있는 보물인지도 모른다.
긴상여소리에는 삶의 덧없음을 말한다. 그것은 햇볕이 내려쬐면 바로 사라지는 풀잎의 이슬방울(草露)에 비유하고 있다.

 

 

 

 


삶에 가까이, 문 밖에 있는 죽음 노랫말
태어남과 죽음은 하나다. 이전에는 한 마을에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공존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둘이 분리되면서 죽음은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죽음은 일상에서 떠나 혐오시설로 낙인찍으며 몇 겹의 산이 가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 화장시설, 장례식장에 있다. 도로에서 자동차 사고를 강 건너 불로 바라보는 운전자처럼 이제 죽음은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이 되어버렸다.


긴상여소리는 죽음이 우리 삶에 가까이 있다고 경종을 올린다.


(…)저승길이 멀다 하더니/문밖을 나서니 저승이로다(…)

 

 

2. 자진상여소리
장지가 멀거나 정해진 하관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상여를 서둘러 옮겨야 한다. 자진상여소리는 상두꾼이 멘 상여를 빠른 걸음으로 옮길 때 부르는 노래다.


상두꾼들이 빠르게 걸어야 하기 때문에 사설은 긴상여소리보다 길이와 내용에서 훨씬 짧고 단조롭다.

죽어서도 가족을 먼저 걱정하는 소리

자진상여소리는 갈 길이 바쁘니 빨리 가자고 서두르는 사설로 시작한다. 상주에게 노잣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한 번 떠나면 다시 오기는 영 틀렸다고 죽음을 재확인하기도 한다.

긴상여소리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진상여소리에도 삶의 덧없음 등의 사설이 나온다. 그러나 긴상여소리에 없는, 살아남은 사람에 대한 돌봄을 부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죽어서도 가족을 먼저 걱정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동네 어른들/힘이 들어도/오며 가며/보살펴 주오/(…)

삶의 여정에서 마지막이 죽음인 것처럼, 자진상여소리를 부르며 도착한 곳은 장지다. 긴상여소리가 마지막에‘ 우리 잠깐 쉬었다 가세’하는 말과는 달리 자진상여소리는‘ 다왔구나’ 하는 사설로 끝난다.

 

 

 

 

 

 

 

3. 달공소리(회닫이소리)


달공소리는 하관을 마치고 연추대로 빗물이나 벌레가 들어가지 않게 땅을 꾹꾹 눌러 밟을 때 부르는 소리다. 묘지, 죽어서 사는 영원히 집달공소리는 장례요 전 과정의 마지막에 부르는 소리다. 마지막 중에서 마지막인 만큼 사설이 길다. 내용은 삶의 덧없음, 아쉬움, 슬픔, 설움, 후회…. 대부분 장지까지 오면서 긴상여소리와 자진상여소리에 나왔던 것이다. 묘지는 죽은 사람이 사는 집이다. 달공소리에서도 묘지를‘ 집’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승에서는 목재로 짓고/저승에 가면 회 방아로/토담집을 지어보세 (…) 회 방아로 짓는 집이고/힘을 들여 짓는 집이니/천년만년을 살집이요/구년지수 긴 장마가 와도/물 한방울 들지 않게/연추대로다 쾅쾅 다져서/달공 소리에 힘을 모아/탄탄하게 지어 주오(…)


 

이 세상 집과 저 세상 집인 묘지는 짓는 재료에서 차이가 난다. 천년만년 살집, 영원히 살집. 사는 동안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신념, 가치, 정서가 거처할 내면의 집은 아닌가. 오늘,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어떤가. 달공소리가 살아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