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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두드리고 삶을 연주하다

기사 등록 : 2015-09-15 09:38:00

권유진 kwonnew0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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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실 평택 가야금 병창 포럼 대표

 


 

 

가야금을 연주하며 단가나 판소리를 노래하는 가야금 병창은 노련한 가야금 연주 실력과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웅장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조그마한 체구와 목소리를 가진 유성실(34) 가야금 병창 연주가. 그녀가 가야금만 연주하면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모든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지난 8월 21일 평택의 한 카페에서 평택 가야금 병창 포럼 대표이자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국악인 유성실 가야금 병창 연주가를 만났다.

 

 

 


 

 

음악과 보낸 어린 시절, 국악에 눈뜨다

 

유성실 씨의 어린 시절은 늘 음악과 함께했다. 사촌들은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고, 아버지는 대학가요제에 출전하는 등 가족 모두 음악을 좋아했다. 덕분에 집안에 있던 커다란 전축에선 항상 음악이 흘러나왔다.

자연스럽게 서양음악을 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국악 특성화 초등학교로 전학하면서 풍물반에 들게 된다. 매일 듣던 서양음악과 달리 불규칙적이고 둔탁한 소리의 악기가 모여 만든 국악의 하모니가 너무나 신기했다.

 

“이미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반대가 적지 않으셨어요. 나중에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길 바라셨는데, 피아노를 더 열심히 배우겠다는 약속아래 풍물반 입단을 허락하셨죠.”

 

풍물반에서 설장구를 배운 그녀는 이후 교내외 대회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성화도 말릴 수 없었다. 유 씨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본격적인 국악인의 길로 나서게 됐다.

처음 국악예고에 입학한 날, 그녀는 난생처음 국악의 새로움을 접했다. “설장구를 배우고, 그걸로 고등학교까지 진학했으니 다른 것은 생각지도 않고 있었어요. 국악도 무조건 타악기 음악만 있는 줄 알았죠. 그런데 학교에 와보니 너무나 다양한 분야의 국악이 있었어요.”

 

전공 선택을 위한 시연이 있던 날, 유 씨는 가야금 병창에 푹 빠졌다. 구슬픈 가야금 선율에 담는 웅장하고도 맑은 목소리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이후부터 설장구 대신 가야금을 잡고 아름다운 우리 소리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가야금 병창의 경우 전공자를 뽑는 대학교가 별로 없다보니,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어요. 게다가 다른 친구들은 오래도록 해온 전공자들이었고, 저는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 접한 초보였죠.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처음 들었던 가야금 병창의 소리를 생각하면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유 씨는 지난 고등학교 3년을 ‘버티다 보니 이기는 순간이 왔다’고 회상했다. 당시만 해도 악보가 많지 않아 선생님의 구전과 연주 모습을 따라하며 배웠다. 음악마다 음계를 일일이 숫자로 기록하고 외우길 반복하며 악착같이 친구들을 따라잡았다. 이후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재능과 노력을 모두 인정받게 된다.

 

 


 

 

어린 선생님의 남다른 제자 사랑

 

현재 유성실 씨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하는 예술 강사 파견 사업을 통해 제자들을 만나고 있다. 공연이 많은 달에는 하루에 4~5시간을 이동해야 할 만큼 바쁜 와중에도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녀의 제자사랑은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일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첫 제자는 유 명창의 지도 아래 예술대학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입시까지 2년이 채 안남은 시기 동안 스승과 제자는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며 최선을 다했다.

 

“24시간 연습만 해도 모자라니 함께 데리고 살면서 가르쳤어요. 둘 다 정말 죽기 살기로 입시를 준비했죠. 합격 발표가 난 뒤, 서로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어요. 지금까지 국악을 ‘배워온 기쁨’과는 다른 새로운 행복이었어요. 지금도 힘들 때마다 제 생각을 한다는 그 친구를 보면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유 씨에게 국악을 배운 그녀의 첫 제자는 자신의 롤 모델처럼 활발한 공연을 하며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예술과 교육은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활발하게 공연활동도 하고 제자들 보다는 관객을 더 많이 만나고 있지만, 어느 순간 내려와야 할 때가 올 거예요. 제가 그래왔던 것처럼 후배들도 좀 더 넓은 곳을 경험할 수 있도록 그 터전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다채로운 시도를 통한 국악의 변화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지는 국악, 그중에서도 가야금 병창은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르다. 유 씨는 영화 방자전의 OST, 만화영화 ‘라바’의 배경음악, 숙명가야금연주단, 가야금 앙상블 라운G, 피아니스트 천수연(33)과의 협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초등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국악’이라는 말만 들어도 지루해 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아카펠라와 서양악기가 함께한 퓨전 국악음악을 들려주죠. 그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집중하고 흥미를 느끼더라고요. 이런 시도가 대중에게도 이뤄져야 하는 것 같아요. ‘정통 국악’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음악인만큼 대중이 흥미를 갖고 접할 때 까지는 다채로운 시도를 통해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 씨는 초등학교 외에도 노인요양원, 복지관 등 소외계층을 위한 자선 공연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시카고, 방콕, 터키 등 세계 각국에서도 국악을 알리기 위한 공연을 열고 있다.

 

“터키에서 투어를 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한국전쟁 당시 참전용사 분들을 위한 공연이 열리게 됐죠. 급하게 생긴 일정에 관객도 50여 명 뿐이었어요.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공연을 시작했는데, 모든 관객 분들이 눈물을 흘리시며 너무 감동스러워 하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6·25참전 용사 분들이셨어요. 공연이 끝나고 인사를 하는데, 손을 꼭 붙잡고는 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잠시나마 실망스러워 했던 저희가 너무 부끄러웠어요. 크고 넓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한 공연도 기억에 남지만, 이렇게 뜻 깊은 의미를 지닌 작은 음악회도 기억에 남아요. 늘 제 재능과 노력으로 누군가를 기쁘게 해준다는 걸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악 발전의 기틀이 있는 평택에 살다

 

해금산조와 피리 시나위의 명인 지영희가 태어난 곳,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11-2호 평택농악의 고장. 평택은 국악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도시다. 평택 가야금 병창 포럼 대표인 유성실 씨는 지난해 평택남부문예회관에서 공연을 열고 시민들을 만났다.

 

“시민들 모두 국악 자체를 친근하게 여기시는 것 같았어요. 지역 곳곳에 공연장도 많고, 국악의 역사가 함께한 곳인 만큼 발전시킬 자산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에 비해 시민과 국악이 연결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한 것 같아 아쉬워요. 평택에 터전을 잡고 새롭게 시작하는 음악인들에 대한 지원과 소통이 보다 잘 이뤄져 평택이 ‘국악 도시’로 발전하길 바라요.”

 

유성실 씨는 앞으로 국악을 배우는 사람들의 교육적인 영역을 확장해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노력’의 중요함을 알고 지금까지 온 그녀이기 때문에, 국악을 통해 보여줄 아름다운 도전이 더욱 기대된다.

 

유성실

-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졸업

-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수료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악강사

- 가야금병창그룹 ‘이영신의 소리타래’ 단원

- KBS 국악한마당 다수 출연

- KBS 국악의 향기 출연 및 국내외 공연 다수

- 영화 ‘방자전’, 애니매이션 ‘라바’, 도로시아 1집 앨범 등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