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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과 교감으로 담아낸 고향 평택

기사 등록 : 2015-09-15 09:30:00

황영민 dkdna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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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최중명

 


 

결이 다 일어난 낡은 베니어판을 담은 흑백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다양하다. 세월의 더께와 아련한 옛 시절의 추억, 그림자 진 오후의 나른함 혹은 가난의 서글픔 등. 사진은 다른 예술과 달리 과학의 산물이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는 까닭은, 사진에 담겨지는 메시지 때문이다. 한 장의 사진이 던지는 메시지는 그 어느 문자보다도 또렷하고 또 강렬하다.

 

 

 


 

 

사진작가 최중명. 생소한 이름이다. 그를 알게 된 것은 여름휴가를 맞아 망중한을 즐기던 중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부터였다.

“황기자님, 제가 좋은 사진작가 한 분을 소개시켜 드릴까하는데.” ‘좋은’ 사진작가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많지만, 좋은 사진을 찍는 사람을 만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라 그렇다. 마침 고향인 평택에서 7주간의 긴 전시일정을 시작한 최중명 작가를 그의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타인을 위해 시작된 사진과의 만남

최중명 작가가 처음 사진을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서울에서다. 고교시절 잠시 평택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던 그는 한 교회에서 한글을 모르는 교인들에게 교회소식을 전해 주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교회 소식지가 있어도 한글을 모르는 분들은 교회에서 어떤 활동이 진행되는 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시각화된 이미지인 사진으로 교회의 일들을 기록하고 그분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스스로의 만족이 아닌 타인을 위해 시작된 사진작가의 길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사진을 통해 남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최중명 작가는 최근 한 가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프로젝트명은 ‘생명의 카메라’. 선천적으로 비장애인보다 의사표현과 신체능력 등이 부족한 장애인들이 사진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의식을 일깨워주기 위한 프로젝트다.

 

진행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카메라 작동법만을 가르친 후, 한 사람에게 일회용 카메라 한 대씩을 주고 자유롭게 사진을 찍어오게 하는 것이다.

과연 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올해 방정환재단의 장애학생들과 함께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실로 놀라웠다.

 

“물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자유스러운 장애인들의 작업물인 만큼 모든 사진이 쓸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걔 중 일부는 정말 탄성이 나올 정도로 창의적인 시각과 구도를 표현한 작품들이었습니다.”

 

정형화된 사고에 익숙한 비장애인들은 결코 바라볼 수 없는 시선을 장애인들이 담아낸 것이다. 최중명 작가는 이들의 작품을 지난 5월 평택대학교에서 전시했고, 이내 지역사회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켜 오는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층에 전시하기까지 이르렀다.

“생명의 카메라의 목표는 장애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도 있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편견을 해소하는 것도 있습니다. 앞으로 매년 이 프로젝트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사진인생의 알파와 오메가, 평택

 

학창시절부터 사진을 접해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던 그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1993년 무렵이었다. 당시 한 지역신문의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며 최중명 작가는 평택의 모습을 앵글에 담기 시작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2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의 모든 사진작품을 관통하는 화두는 단 하나, 평택이었다.

“제 전시는 주로 서울에서 열리는 단체전 경력이 대부분이에요. 저는 전시가 열릴 때마다 항상 평택을 담은 사진들을 내걸었어요. 이유가 뭐냐고요? 당연히 고향인 평택을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이죠. 하하하.”

 

뻥튀기집, 이발소 등 지금은 사라져 흔적도 찾아보기 힘든 옛 전통시장의 풍경부터 평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빠짐없이 기록해왔다. 또, 그는 자신이 바라본 평택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한다. 한광여고 사거리의 카페 클락(비전동 604-15)에서 7월 27일부터 9월 7일까지 7주라는 긴 시간동안 진행되는 개인전 ‘7주간의 바람’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하는 그의 바람으로 기획됐다.

 

“1주에 2장씩 총 14장의 사진을 전시합니다. 다들 왜 그럴싸한 전시장이 아닌 카페에서 전시회를 여냐고 물어보곤 하죠. 저는 사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이 제 사진을 보고 평택을 알게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시장은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가잖아요.”

 

작가로서의 격식이나 체면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단다. 단지 자신이 본 고향 평택의 숨겨진 비경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그에게 중요할 뿐이었다.

 

 

 


 

기다림, 교감, 사물과의 대화

 

허름한 골목길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 쇠창살 그림자에 걸쳐진 물 한 컵, 고즈넉한 오후의 공원 벤치. 평택 전시에 걸린 그의 작품들로 모두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들이다. 그가 바라본 평택의 아름다운 모습은 일상 속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저는 사물과의 교감을 통해 사진을 찍고자 노력합니다. 언뜻 스쳐지나가는 단상을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몇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일이 많았죠.”

 

그는 오랜 기다림 속에서 피사체를 관찰하며 대화를 시도한다. 카메라의 단순 기계작용에 의해 찍히는 사진이 아닌 온몸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긴 인고의 시간만큼 그의 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누군가는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서 쓸쓸함을, 또 다른 누군가는 기다림의 애틋함을 느낄 수도….

 

인터뷰가 끝날 때쯤, 그가 왜 ‘좋은’ 사진작가인지 깨닫게 됐다. 최근 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야생동물 촬영방법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멋진’ 사진을 얻기 위해 야행성 동물들에게 플래시를 터뜨리고,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작하는 그의 행위가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최중명 작가는 그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다림의 미학과 그 기다림 끝에 얻어지는 결과의 아름다움을 아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최중명 작가는 오랜 기간 찍어온 사진들을 앞으로 2년 후쯤 책으로 엮을 계획이다. 물론 모두 평택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