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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지배하는 추악한 언론의 단면

기사 등록 : 2015-07-08 10:17:00

권유진 kwonnew0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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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크롤러 (Nightcrawler, 2014)

 


 

2014년 3월 미국 뉴욕 맨해튼 아파트 붕괴 당시 ‘뉴욕타임스’는 가장 먼저 사고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 45분 만에 첫 소식을 전했다. 건물 붕괴의 원인이 단순 폭발인지 테러인지 검증하기 위해 걸린 시간이었다. 비슷한 시기 세월호 사건 때 속보를 남발하던 우리 언론과 큰 차이점을 보여 더욱 화제가 됐다.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현대사회에서 뉴스 역시 보다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실유무보다는 시선을 끌기 위해 뉴스를 만들면서 그만큼 잘못된 정보과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무차별적으로 보도한다. 영화 ‘나이트 크롤러’는 과도한 경쟁사회에 놓인 언론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 분)은 고물을 훔쳐 팔며 생활하던 중 우연히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파는 ‘나이트 크롤러’를 보게 된다.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말에 캠코더와 경찰 무전기를 산 뒤 촬영에 성공해 지역채널 보도국장인 니나(르네 루소 분)에게 판매한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영상만 원하는 니나의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루이스는 특종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게 된다.

 

 


 

 

루이스는 거짓말로 남을 속이고 타인의 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소시오패스’지만 영화 초반에는 그저 고물을 훔쳐 파는 좀도둑으로 그려진다. 오히려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일자리를 찾지만 취업에는 번번이 실패한다. 그는 면접관에게 늘 ‘자긍심’이나 ‘충성’과 같은 자기계발서적에나 나올 말들을 기계적으로 읊조리는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신을 포장하고 가면을 쓴 채 남을 대해야하는 우리의 모습과 같아 씁쓸하게 느껴진다.

 

 

취업이 이뤄지지 않자, 루이스는 나이트 크롤러의 길을 택한다. 실제로 미국에는 각 지역채널 뉴스마다 방송사가 미처 촬영하지 못한 사건 현장을 발 빠르게 카메라에 담아 TV매체에 팔아넘기는 프리랜서 영상 촬영 기자가 활동하고 있다.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을 담을수록 더욱 큰돈을 벌게 되는 나이트 크롤러에게 사건 피해자들의 상처는 그저 숫자로 계산되어지는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루이스의 활동 뒤에는 뉴스채널 국장인 니나가 있다. 그녀는 루이스처럼 범죄자도 소시오패스도 아니지만 시청률을 높여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늘 자극적인 뉴스만을 보도한다. 루이스가 한인 타운에서 벌어진 총격전의 영상을 찍어오자 니나는 ‘부유한 백인이 가난한 소수에게 약탈당하는 영상’ 또는 유혈이 낭자하는 ‘생동감 넘치는 영상’이 인기가 많다고 말한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정보가 발견돼도 높은 시청률을 위해 이를 보도하지 않는다. 니나는 주목받지 못하는 진실보다 충격적인 거짓을 원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루이스와 그녀의 관계는 LA의 야경을 담은 뉴스 촬영 배경 앞에서 더욱 드러난다. ‘뉴스로 봤을 땐 진짜 같았는데’라는 루이스의 말을 통해서 언론과 미디어가 사실만을 다루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그 거짓된 배경 앞에서 악수를 나누는 둘 역시 그저 루이스가 만들어온 영상처럼 돈과 성공을 위한 야심으로 만들어진 관계인 것이다.

 

 

영화 ‘나이트 크롤러’는 위선으로 가득 찬 미디어의 모습을 다루고 있지만, 블랙코미디 같은 유머러스함이 가득하다. 이제 막 실업자에서 벗어나 가정용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나선 루이스가 조금 전 자신의 처지와 같은 릭(리즈 아메드 분)에게 청산유수의 언변으로 회사의 앞날을 이야기하며 면접을 보는 모습, 급여가 작다고 불평하는 릭에게 회사의 부대표로 임명하겠다는 루이스의 말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또한 잔인한 사건 현장에서 루이스가 흥분에 가득 차 그 모습을 촬영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위대한 자연경관이나 극적인 사건이 해결됐을 때 나오는 웅장한 배경음악이 흐른다. 어둡고 추악한 개인과 사회의 내면을 영화는 반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시청률을 위해 최소한의 윤리나 도덕성도 저버린 부패한 저널리즘을 비판하고 있지만 단순히 언론의 의무나 가치만을 논하지 않는다. 왜 나이트 크롤러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는지, 소시오패스지만 도둑질만 일삼던 루이스가 왜 악랄한 인물로 변했는지 그 과정과 원인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 ‘나이트 크롤러’란 직업은 과도한 경쟁에 몰려 성공을 위해 타인을 짓밟는데 서슴지 않는 우리 사회를 상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