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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 노순택

기사 등록 : 2014-12-02 10:29:00

권유진 kwonnew0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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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에서의 3년을 말하다

 


▲    ⓒ월간 평택문화

 

 

황야의 들판 한 가운데 이상한 물체가 놓여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 물체를 보고 어떤 이는 기름 탱크라고, 다른 이는 물탱크라고 주장했다. 노순택 작가의 <얄읏한 공> 시리즈는 대추리 미군기지 내에 30m의 거대한 하얀 공이 나타나면서 시작한다. 조용하던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물체의 정체는 미군이 설치한 고성능 레이더 보호를 위해 만든 돔이다.

 

 


▲    ⓒ월간 평택문화

 


노순택(44세)
- 1971년 3월 1일 서울출생
- 1995년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 교수신문과 오마이뉴스에서 기자로 활동
- 다큐멘터리 웹진 「이미지프레스」 편집장으로 활동
- 2012 제1회 동강사진상 수상
- 2014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
- 대표작<분단의 향기>, <얄읏한 공>,

 

 

2006년 5월 4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인 대추리 마을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군기지 확장을 위한 민간인 마을 강제철거에 군경 1만 5천명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을 위해 투입된 군경은 마을에 철조망을 설치하며 민간인 출입을 막았고, 촛불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을 무차별 수색, 연행했다. 언론에서는 연일 주민들이 받는 보상가가 수억대에 달하며 주한미군 기지 이전이 지연되어선 안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노순택 작가는 대추리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통제 권력과 이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갈등을 관찰자와 질문자의 시선으로 3년 동안 사진에 담았다. ‘얄읏한 공’을 두고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진압경찰의 갈등을 포착하기도 했고, 때로는 나무 사이로 환하게 비추는 달처럼, 때로는 포클레인에 떠올려지는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얄읏한 공’을 다뤘다. 그가 대추리에서 남긴 100여 장의 사진에는 늘 갑자기 나타난 그 녀석이 있다. 노순택 작가의 <얄읏한 공>은 단순히 있는 사실을 기록하는 의미의 사진이 아닌 관객과 이 공이 생기게 된 이유와 과연 그 쓸모가 무엇인지 함께 추적해가며 대추리를 지켜내려는 주민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지난 9월 11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사진작가로는 처음으로 ‘2014 올해의 작가상(Korea Artist Prize)’을 수상한 노순택 작가와 그가 보냈던 대추리에서의 3년, 그가 생각하는 평택에 대해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에게도 8년 전 평택 대추리는 아픈 과거를 가졌지만 절대로 잊지 말아야할 장소다.

 

 


▲    ⓒ월간 평택문화

 

 

Q. 탐미적인 작품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늘 궁금했습니다. 내가 나고 자란 이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혹은 오작동 중은 아닌지. 대학시절 암울한 사회사건이 참 많았던 것도, 인문사회학을 전공했던 것도 그러한 궁금증을 키워나간 배경이 된 듯합니다.

 

 

Q. 대추리에 오시게 된 계기와 <얄읏한 공>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대추리는 1942년 일본군에게 강제로 빼앗겼던 농민의 땅입니다. 해방 후 되찾은 고향땅이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1952년 미군에게 다시 빼앗겼죠. 농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캠프험프리 미군기지 철조망 옆에 다닥다닥 집을 짓고 살면서 새로운 대추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반세기를 보낸 분들이 2004년 미군기지확장사업이 강행되면서 이번엔 한국정부의 몽둥이에 떠밀려 세 번째 강제이주의 위기에 놓였던 겁니다.

분단체제 아래 한국사회의 작동을 바라보는 작업을 해 온 저로선 자연스럽게 대추리를 오가게 되었죠. <얄읏한 공> 작업은 대추리에서 진행했던 여러 작업의 일부입니다. 각 작업들이 표현 형식은 다를지라도 ‘대추리라는 작은 농촌마을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를 기억하고 환기하려는 목적을 갖기는 매한가지였죠.

 

Q. 작품의 이름이 <얄읏한 공>입니다. 표준어 사전에도 없는 ‘얄읏하다’라는 말을 작가님이 직접 만들었는데 그 뜻이 정확히 무엇인지 또 그렇게 지으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A. 문제의 ‘얄읏한 공’은 사실 ‘레이돔’이라 불리는 고성능 레이더입니다. 남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군사정보를 수집해왔던 캠프 험프리의 중요 군사시설이었죠. <얄읏한 공> 작업은 이 공의 정체를 추적해 가는 추적기입니다. 원고지 100매 분량의 긴 작업노트와 100여 점의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작업의 문제의식은 이러한 ‘얄읏한 공’의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해 한 마을공동체가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것입니다. 언뜻 바라볼 때는 ‘야릇’하지만, 그 공의 정체와 마을의 사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얄미운’ 공이 아닐 수 없었죠.
‘얄읏하다’는 말은 ‘얄밉고도 야릇한’ 그 공을 지칭하기 위해 제가 만든 말입니다.

 

 


▲    ⓒ월간 평택문화

 

Q.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평택 대추리를 촬영하며 느꼈던 감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2006년 5월 4일,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셀 수 없는 군인, 진압경찰, 용역깡패들이 대추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지요. 마을공동체의 상징과도 같았던 대추분교가 포클레인 삽날에 파괴되었습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있었죠. 대추리 아이들의 얼굴을 바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Q.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되면서 대추리 주민들의 마음도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A. 2006년 <얄읏한 공> 개인전을 할 당시 마을 어르신들이 서울의 갤러리까지 찾아와 따뜻하게 격려말씀을 건네 주셨죠. 제가 대추리에서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찍어드리는 작은 사진관을 운영할 때 많이들 아껴 주셨어요.

 

 

Q. 10여 년이 지나 대추리의 모습이 2014년 다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대추리가 다시 재조명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A. 글쎄요. 대추리는 이미 파괴되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을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추리 주민들을 대했던 국가공권력의 태도는 용산참사에서도, 강정마을에서도, 밀양에서도 여전히 쉽게 발견할 수 있죠. 국가는 대추리를 파괴했지만, 대추리에 관한 기록과 기억은 국가의 의도나 입맛대로 되지는 않을 겁니다.

 

 

Q. 작품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제 작업은 사회적 정치적 갈등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건 당연하죠. 얼마든 정치적으로 해석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그 해석은 관객의 몫이므로 관객의 정치적 견해가 반드시 개입돼 있을 겁니다. 따라서 제 작업내용을 보는 일이 관객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Q. 다양한 매체의 뉴스들이 여론을 조작하거나 선동하기 쉬운 사회가 됐습니다. 사진 역시 그것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달라질 수 있는데 관람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A. 사진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매체도, 불편부당한 매체도 아닙니다. 사진을 볼 때 쉽게 믿지 말고, 의심하세요. 그리고 의심하는 자신에 관해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