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선정위 구성·사무국장제 폐지 등 시대 ‘역행’ 지적

“시민의견 더 듣겠다”…의회 6월 회기 의안제출 안 해

▲ 평택시가 입법예고했던 주민자치조례 개정안 일부. 사진=평택저널

평택시가 입법예고까지 마친「평택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조례」개정안 처리를 잠정 보류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위원선정위원회 신설 등을 담은 개정안이 주민자치에 역행하고 주민자치회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평택시에 따르면 시는「평택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행안부 표준조례(안)과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결과에 따른 개선사항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시는 개정 조례안을 마련해 4월9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입법예고까지 마쳤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개정조례안은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거쳐 오는 6월4일 개회하는 평택시의회 제246회 1차 정례회에서 심사·의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는 지난 7일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조례 개정 추진을 잠정 ‘보류’하고, 개정조례안(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가 개정조례안 처리를 보류한 표면적 이유는 “주민들 의견을 더 듣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읍면동 주민자치회 위원 등의 시각은 다르다. 개정조례안에 담은 주요 내용에 문제가 많고, 이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시가 한 발 물러났다는 것이다.

▲ 8일 평택시청 대회의실에서 주민자치회 역할별 심화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평택저널

문제로 지적된 개정조례안 내용은 ▲(위원)선정위원회 신설 ▲사무국 폐지 등이다.

개정조례안은 주민자치 위원을 ‘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하고 선정위원회는 읍면동장 추천 4명, 주민자치회 추천 2명, 학교·기관·단체 추천 1명 등 7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위원 위촉은 읍면동장이 한다.

이를 두고 주민자치회를 관 주도로 운영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반수가 넘는 위원 추천도, 위촉도 읍면동장이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재 주민자치회 위원은 ‘추첨’을 통해 선정하고 있다.

사무국 폐지조항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 조례 14조(간사·사무국)는 ⓵ 자치회장은 주민자치회 위원 또는 주민을 간사로 선임하거나, 사무국을 설치하여 주민자치회의 사무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 ⓶ 자치회장은 필요한 경우 자원봉사자를 두어 간사를 보조하거나, 사무국에 배치할 수 있다. ⓷ 자치회장은 제1항에 따라 사무국을 설치하는 경우, 근무자 배치, 수행업무 등 사무국의 운영에 관한 사항은 주민자치회의 운영세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개정조례안에서는 ⓷항을 삭제했다. 이는 사무국 설치근거를 없애는 것은 물론 사무국장 직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주민자치 활동 약화를 초래하는 시대역행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주민자치회장 A 씨는 “읍면동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들이 입법예고된 것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공론화 과정 없이 주민자치회 조례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정안 내용을 보면 주민자치회 현실과 동떨어지고 시대적 상황과 반대로 가는 것이 많아 더 문제”라면서 “왜 이렇게 개정을 하려고 하는 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관계자는 “입법예고기간이나, 입법예고가 끝났어도 개정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주신 분들이 많이 있었다”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반영해서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