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품 등 구입하면서 현금→카드결제 변경
‘수수료 절반’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돌려받아
카드사 대가성 행위 ‘불법’… 도교육청 “대책 마련”


경기지역 상당수 사립학교들이 학교급식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수수료의 절반가량을 학교발전기금으로 돌려받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그리고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 밥을 먹이기 위해 지급한 돈을 가지고 사실상 ‘돈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8일 경기도와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교급식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급식비를 지원할 수 있으며 최근 지방자치단체별로 무상급식 열풍이 불면서 도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특수학교의 학교급식 비용을 전액 지원받고 있다. 고등학교는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학부모들이 급식비를 학교 측에 내고 있다.

초·중·특수학교 등은 하루 한 끼(점심) 급식비용(연간 학생당 53만8천원·총 7천367억원)을 도와 도교육청, 시·군에서 지원받고 있으며 고등학교는 점심과 저녁 두 끼(학교에 따라 아침도 포함) 급식비용을 학부모가 납부(연 100만~150만원)하고 있다.

학교는 이 돈을 가지고 학교급식에 필요한 농산품과 공산품, 육류, 생선류, 김치류 등을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공개입찰, 납품받은 뒤 결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도내 일부 사립학교에서 이 학교급식 대금을 학교법인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수수료의 절반가량을 학교발전기금으로 돌려받는 것으로 확인됐다.아스텔리아 사전 캐릭터 생성 중

이는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약칭 기부금품법) 상 불법이다. 카드업체의 기부행위가 자발적인 기부가 아닌 대가성 행위이기 때문이다.

A중·고등학교는 지난 12월께 삼성카드 법인 신용카드를 개설하고서 올해 학교급식 비용 22억원 가량을 신용카드로 결제, 수수료(결제대금의 2.1%·4천620만원)의 절반가량인 1%(2천200만원)를 매달 100여만원씩 법인통장 계좌로 돌려받고 있다.

또 B고등학교도 삼성카드 법인 신용카드를 개설한 뒤 올해 상반기 학교급식 공산품 구매입찰(7천400만원)을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리면서 ‘대금지급은 카드결제’라는 단서조항을 삽입했다. C중학교와 D중학교 등도 마찬가지로 학교급식 납품업체에 대해 법인 신용카드 결제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사립학교 관계자는 “신용카드업계에서 ‘학교급식 대금을 카드로 결제하면 일정 금액을 학교발전기금으로 돌려주겠다’고 영업을 벌이면서 상당수 사립학교가 학교급식 대금을 현금에서 카드로 변경하고 있다”면서 “문제성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기부금도 가뜩이나 모자란 상황에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는 학교발전기금으로 돌려받는 신용카드 수수료 일부를 가지고 급식이나 부식비가 아닌 잡비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결국 아이들이 학교에서 밥을 먹는 돈으로 사립학교와 카드업계 모두 수익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 따라 사립학교 예산집행에 대해 교육청에서 지도·감독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른다”면서도 “수수료에 따른 급식 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카드 측은 본보 취재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최해영 안영국기자

출처 : 경기일보(http://www.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