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병간호를 위해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부탁하니 제발 밖으로 나가게 해 주세요.”

3일 오전 10시30분께 의사구제역이 발생한 안성시 삼죽면 율곡리 율현농장 입구 통제소에서 이 마을 주민 유갑득 할머니(79)가 두손을 모은채 통제원들에게 눈물로 애원을 하고 있었다.

유 할머니는 인근 덕산리에서 투병생활을 하는 둘째아들(46)집에 가기위해 노구를 이끌고 집을 나섰다가 갑작스런‘구제역 발병’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2일 새벽 유 할머니가 사는 율곡리 율현농장에서 사육중인 돼지 70마리가 구제역증상으로 폐사하자 방역당국은 이 마을 주변 도로를 모두 통제하고 차량 및 시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의사구제역이 발병한 율현농장에서 약1.5㎞ 떨어진 삼죽∼백암간 지방도로에 위치한 율곡리 율현마을 입구.

농림부 직원을 비롯한 경기도 관계자, 검역원 등이 곳곳을 누비며 방역작업을 벌이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또 경찰관들은 도로변에 바리게이트를 치고 차량과 출입자들을 통제하는 한편 살수기로 통행차량을 소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모인 주민들은 통행불편보다는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혹시 자신들의 가축도 구제역에 걸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인근 덕산리에서 돼지 3천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김모씨(40)는“2년전 파주의 구제역 파동여파로 큰 피해를 봤다가 요즘 돼지값이 상승, 은행빚을 갚나 했는데 옆마을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눈앞이 캄캄하다”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또 율현마을 주민 이재근씨(50)는“오늘 아침 율곡농장 밑에 있는 밭에 나가 고추모를 심으려 했는데 구제역 발생으로 되돌아 왔다”며“밭작물이야 나중에 심으면 되지만 가축을 싹쓸어 버리는 구제역은 빨리 진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에 나온 농림부 안종문 차관보는“구제역이 발생한 율현농장 반경 500m이내에서 사육중인 소와 돼지 등 우제류는 모두 살처분할 계획이며 반경 10㎞이내 위험지역은 감역여부에 대한 혈청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