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평택문화

한 장의 사진 속에 담는 추억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나이가 들면서 오랜 시간을 지나온 사람일수록 그 기억의 양과 깊이는 더해지지 않을까. 이번 노을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허동(60) 씨에게 사진이란 고향에 대한 아름다움을 담는 소중한 공간이다.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사진의 즐거움
허동 씨가 처음 사진을 찍은 것은 1978년. 카메라가 흔치 않던 시절에 그의 형은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필름카메라를 선물했다.“ 현상한 사진을 찾으러 가기 전날이면 소풍가는 어린아이처럼 늘 들떴어요. 어떻게 보면 정말 우연찮게 시작한 취미생활이었죠.” 그는 멋진 풍경을 앵글에 담는 것 외에도 자신이 찍어준 사진을 선물하면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꼈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우면서 바쁜 삶에 잠시 그만 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다시 사진을 찍길 바라던 가족들이 DSLR 카메라를 선물하면서, 또다른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고 예전보다 사진 찍기가 쉬워지면서 더 재밌더라고요. 이 나이에 하고 싶은 무언가가 생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자연스레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등산도 하고, 건강도 찾은 것 같아요.”

사진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나이가 들면서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도 한 장의 사진에 남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는 절친했던 친구 아내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친구는 허 씨가 직접 찍어준 스냅사진을 아내의 영정사진으로 놓았다.“ 함께 등산을 하면서 찍은 사진인데, 아내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말하더라고요. 해줄 말이 없는데 그냥 그 사진을 같이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말을 들으니 사진이란 것에 참 고마웠어요.” 그가 말하는 사진이란 순간을 남기고 그 때의 마음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다.

평택 토박이가 말하는 평택 노을
한 번도 공모전에 참가해 본 적이 없었던 그가 월간『평택문화』에서 주최한‘ 2014 노을사진 공모전’에 출품한 이유는 바로‘ 평택의 노을’을 주제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동요‘ 노을’도 평택 노을을 보고 만든 곡이잖아요. 평생을 살아서 그런지 평택은 애정이 정말 깊은 곳이에요.”

육십 평생을 평택에서 살아온 그는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평택 곳곳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들 알 만한 유명한 곳이 아닌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곳을 주로 찍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랑 멱을 감았던 실개천이나, 학교를 다니면서 매일 지나다니던 골목처럼, 숨어있지만 그만큼 예쁘고 아름다운 장소가 더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허 씨는 사진을 찍는 것은 끝없이 기다리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매일 달라지는 풍광의 가장 멋진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얼마나 기다리고 노력했는지에 따라 좋은 작품이 나오거든요. 그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사진 하나를 남기기 위해 보내는 오랜 시간이 더없이 즐겁고 행복해요.”

▲   스마트 폰으로 그가 찍은 풍경사진. DSLR 카메라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월간 평택문화

한 장에 남기는 순간의 아름다움
현재 그는 평택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5년 째 사진을 공부 중이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 초에는 오랫동안 쓰던 카메라 대신 전문가 용 캐논 EOS 5D MarkⅢ를 마련했다. 이번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들도 이 카메라로 찍은 작품들이다.“주위에서 잘한단 말을 많이 들으니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5년 전에 처음 출사를 나갔을 때도 담당 교수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그때부터 내가 진짜 소질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DSLR 카메라로 멋진 사진을 찍는 허 씨는 스마트 폰으로도 그에 못잖은 실력을 발휘한다. 대부분 순간을 바로 찍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는 스마트 폰을 수동으로 한참 조정한 뒤 한 장의 사진을 남긴다.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그는 처음 필름 카메라를 썼던 그 때처럼 지금도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

허동 씨의 꿈은 시시각각 변하는 평택의 모습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들을 찍는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 비해 너무나 많이 변한 동네를 보면 안타깝다고 말한다.“ 평생을 이곳에서 산 저의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평택의 아름다움을 추억할 수 있길 바라요. 다음 공모전에도 더 좋은 사진을 선보일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죠.” 큰 환갑선물을 받았다면서 기뻐하는 허동 씨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진을 남길 거라고 포부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