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평택문화 기획 좌담회. '평택문화재단 설립, 필요한가'    ⓒ월간 평택문화

“인적 자원·인프라 확충이 우선”

우선 문화재단의 주 역할은 문화정책 수립인데, 그 부분에서 문화원과 상충되는 일이 발생할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정책 수립 시 지역의 문화 정체성과 부딪히며 발생할 기득권 싸움을 염려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사업 역시 재단이 맡아야 하지만, 예산이라는 예민한 부분이 있다. 설립 후 단체들과 갈등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가도 고민해 볼 문제다.
평택에 문화시설이 많은 것 같지만, 아까 언급됐던 문화재단이 잘 운영되는 부천, 성남, 수원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들 지자체는 인구와 예산 규모가 평택과 비교가 될 수 없는 곳이다. 실제 2015년 평택시 예산안을 살펴보면 총예산 1조 원 중 문화예산은 100억 원으로, 전체예산 대비 1.2%에 불과하다.

그래서 문화재단 설립에 앞서 문화예술 부문 예산 규모를 확장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지역적 특성을 지닌 문화사업에 대해 민·관이 함께하는 거버넌스 기구 설치, 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문화를 통한 국제교류 등 지역만의 콘텐츠 개발이 선행된 후에 문화재단 설립이 논의됐으면 한다.

윤기수 나 역시 문화재단 설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재단 설립 이전에 충분한 준비기간과 인적 구성원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만 재단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태에서 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건물을 짓고 자리만 내주는 하나의 임명직 시설 운영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재단 설립 이전에 문화기획자 등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평택시에서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갖춰져야 한다.

이수연 김은호 원장님과 윤기수 대표님의 발언에 상당히 공감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수원이나 부천처럼 인구가 많고 예산이 큰 지자체에 비해, 평택은 시설이나 예산이 빈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시설을 활용하려고 고민하는 예술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평택이 가진 인프라는 타 지자체에 비해 많은 편이다.

그러면 있는 시설의 활용도를 제고하는 것은 누구냐가 문제다. 평택시? 지금까지는 잘 되지 않았다. 한 가지 예로 국제교류센터는 아까 윤기수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용도 없이 건물만 먼저 들어온 사례가 맞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했을 때, 공간이 있어야 사람을 끌어올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문화재단 설립은 늦었느냐 빠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재단이라는 외형적 기구가 갖춰져야 인적구성이든 정책이든 채워질 수 있는 것이다.

오명근 문화라는 분야에 대한 행정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순환보직을 하다보니 책임감이라는 부분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만약 문화재단 설립을 위해 현행 조례가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면, 동료 의원들과 논의해 오늘 이 자리에서 느낀 공감대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명호 문제는 ‘재단 설립이 먼저냐, 인프라 구축이 먼저냐’인 것 같다. 문화재단 설립도 프로세스가 있을 것이다. 강승진 사무국장께서 말씀해달라.

강승진 현재 평택의 상황에서는 재단 설립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평택의 시설자원은 타 지자체에 비해 굉장히 많은 편이다. 문화재단 설립 후 시설 가동만 해도 해야 할 일이 엄청나다.

흔히들 문화재단 설립할 때 가장 먼저 시민들의 반응을 걱정한다. 그러나 알아둬야 할 것은 문화재단 유무에 따른 시민의 문화향유 수준 차이다. 일례로 어린 아이를 둔 젊은 부부의 경우 문화재단 등으로 인한 문화적 혜택의 차이가 주거지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화적 혜택에 있어 각종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서는 평택시의 경우 처참한 상황이다. 현재 있는 시설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이기에 문화재단을 설립한다면 시민들은 100% 찬성할 것이다.

둘째, 재단 초기 출연금인데,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기존 문화예술계에 투입되는 예산을 잘 조정하면 가능하다. 참고로 춘천은 2009년 출범 당시 사업비 5천만 원에 직원 2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자체예산 114억 원에 직원 30명 규모로 성장했다. 그 사이에 춘천시 문화예술 예산규모는 변화가 없었다.
정리하자면 기존에 방만하게 쓰이던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문화재단이 공모사업 등을 통해 유치하는 외부비용도 10% 수준으로 향상됐다.

재단 설립 시 많은 분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낙하산 인사일 것이다. 이는 초기 인선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인선에 대한 감시와 견제 등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 자리에 모이신 문화예술계 인사들께서 해주셔야 한다.

문화재단은 공공성이 굉장히 강한 조직이다. 미션과 비전이 특정 인물이나 단체가 아니라, 모든 시민의 문화향유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 재단 주 사업이 문화예술 종사자의 복지나 지원으로 변질될 수도 있지만, 항상 가치판단에서 시민을 우선으로 하는 초기 계획수립을 명확히 한다면, 변질될 부분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본다.

설립 프로세스는 이렇다. 일단 평택문화재단설립을 위해서는 타당성 연구와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준비위원회 구성을 통해 지역 예술인들과 소통하며 전문적인 논의와 시민의 문화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에 산재한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은 변해가고 있다. 초기에 설립된 재단은 시설운용을 위한 형태였고, 그 다음 단계는 예술지원사업 목적을 띄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춘천의 경우는 지역문화의 인큐베이터 역할로 개념이 바뀌었다. 지역 공동체를 양성하고 문화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시설에 맞게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예술인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문화재단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아무리 빨라야 1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지역사회의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김은호 강승진 사무국장이 제가 우려했던 부분에 대해 많은 해결책을 주셨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굳이 문화재단이 아니더라도 평택시 문화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해결법을 찾고자 한다.
주5일 근무가 되면서 시민들이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의 확충이 필요하지만, 시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기구로 너무 문화재단을 못 박고 가는 것이 우려스럽다.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전국 229개 지자체 중 46개 지자체가 문화재단을 운영 중이지만, 이 중 성공적인 곳은 열손가락 안에 꼽는다. 물론 문화원과의 관계형성도 있지만, 잘 안 되는 곳의 99%는 시장이 측근을 자리에 앉히는 인선문제가 대부분이다.

또한,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체험 문화가 향상돼야 한다. 굳이 고급문화가 아니어도 된다. 특히 평택은 아직도 3개 권역이 고유의 문화로 갈라져 있다. 재단 설립 이전에 분열된 지역의 통합이 우선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문화예술인들이 시민과 가깝게 소통하며 문화욕구를 파악하는 단계가 선행돼야 한다.

이수연 김은호 원장님 말씀에 덧붙이자면, 문화재단이 들어서게 되면 고유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지닌 문화원과 예총은 분리돼야 한다.

평택시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0년 목표인구가 80만 명이다. 현재 45만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것인데, 앞으로 6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급격한 인구 증가로 발생할 도시의 혼란은 매우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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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목표인구에 도달했을 때, 도시 정체성의 확립은 문화원의 역할이다. 그러나 미군기지 이전으로 발생할 문화적 충돌에 대비해 문화원과 함께 방파제 역할을 할 기구가 문화재단이 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문화재단은 지금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황우갑 결국 오늘 논의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기존 단체의 반발인 것 같다. 하지만 문화재단은 지표를 개발하는 곳이기에 문화원과 역할이 엄밀히 구분지어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즉창의적 인재 육성이다. 평택에 대표적 축제가 없는 것도 축제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기획자와 같은 인재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과 시설운영은 재단, 평택의 정신문화 양성은 문화원이 맡아야 한다. 문화재단이 설립된다면 문화원의 역할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김은호 바로 그 부분이다. 타 지자체의 경우 오늘 언급된 문제점, 문화원과 재단의 역할 구분이 잘 이뤄지지 않기에 우리도 걱정하는 것이다. 앞으로 오늘 같은 자리가 계속 이어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확립돼야 한다.

이수연 혹시 현재 설립된 문화재단 중 관이 주도적으로 설립한 곳과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설립된 곳에 관한 데이터가 있는지?

강승진 대부분의 문화재단이 지자체장의 의지나 공약에 의해 설립됐다. 하지만 민간의 요구로 설립된 재단의 경우 행정의 압력에서 많이 자유롭다. 바로 시민과 문화예술계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수연 오늘 좌담회를 시작으로 다음에는 시에서 주도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이 논의가 더욱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박홍구 공공기관에 대한 따가운 질책 감사히 받겠다. 또한 오늘 나온 여러 가지 의견도 겸허히 수용하고, 공부하겠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시민의 공감대 형성과 수반되는 예산에 대한 부분이다. 앞으로 그런 부분을 충실히 연구할 수 있는 위원회 설립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에도 이런 자리가 있으면 계속 참석하도록 하겠다.

김은호 오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현재 문화재단이 잘 운영되고 있는 도시들은 어느 정도 성장이 정체된 도시들이지만, 평택은 한창 역동적인 발전기를 맞이해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때문에 포커스 맞추기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미래 100년에 대한 설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이런 자리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박명호 이번 좌담회에 앞서 지난 7~8년간 평택시 문화정책예산을 쭉 훑어봤다. 한국소리터 공사사업 예산이 들어간 해를 제외하고는 늘 1% 안팎을 유지해왔다.
지난 민선5기 시정목표는 ‘시민 모두가 행복한 일류문화도시’였고, 현 6기도 5대 시정목표 중 하나로 ‘풍요로운 문화도시’를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문화의 중요성은 모두 인식하고 있지만, 1%대의 예산으로 문화도시가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예산확충이 절실하다.

이번 좌담회는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 자리가 아니다. 좌담회에서 나온 고견들이 앞으로 시 정책과 의정활동에 많은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