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평택문화

뜨겁던 무더위가 지나고 제법 바람이 쌀쌀한 가을밤, 소사벌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흥겨운 가락이 흘러나오고 있다. 평택농악 청소년 예술단 ‘예운’의 공연이 있던 날. 화려한 조명도, 무대를 울리는 스피커도 없지만 정겨운 풍물소리와 주민들의 환호성이 이어진다. 아파트 단지 내 작은 공원은 어느새 어깨가 들썩거릴 만큼 신나는 공연장이 됐다.

예운은 평택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로 구성된 청소년 예술단이다. 7살 때부터 무동을 시작으로 평택농악과 인연을 맺은 김종수 전 사무국장은 공연 때 결원이 발생하면 외부 선발과정을 통해 단원배역을 충원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동작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평택농악만의 완벽한 공연을 보여줄 수 없었고, 갑자기 선발돼 들어온 이들 역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평택농악만의 특수성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평택농악보존회는 2012년 3월, 평택농악의 창시자 최은창 선생의 호와 같은 ‘구름처럼 떠도는 걸립패의 예술혼을 담는다’는 뜻인 청소년 예술단‘ 예운’을 만들었다.

예운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로 구성돼 있다. 단순히 농악에 흥미를 느껴 시작한 아이들도 있고, 평택농악보존회에서 진행하던 교육프로그램에서 온 아이들도 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오후 7시부터 두 시간동안 팽성의 평택농악보존회에서 수업이 이뤄지는데, 20여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수업을 하기엔 장소가 비좁아 보통 5~6명씩 나누어 동작을 익힌다. 마을 안에 보존회가 있어서 주민들의 항의도 잦은 편이다. 때문에 예운은 실내 연습장에서 풍물을 연주하고 그 소리에 맞춰 야외 마당에서 동작을 연습한다. 현재 예운을 지도하고 있는 강호섭(43세, 평택농악 법고·무동·버나 이수자) 선생은 소리와 움직임이 하나 돼 이뤄지는 농악을 따로 익히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예운은 설립 후 지금까지 눈부신 성과를 자랑한다. 지난 10월 14일에 열린 ‘2014 칠곡 세계사물놀이겨루기한마당’에선 초등부 대회에 참가해 3위를 차지했고, 지난 해 경남 사천에서 열린 ‘제7회 전국타악경연대회’에선 고등부 단체 금상뿐만 아니라 개인부문 금상(한창현 군)과 은상(변용수 군)을 수상하며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  예운의 단원들. 소사벌 휴먼시아아파트에서 흥겨운 우리가락을 선물했다

평택농악에서 예운이 가진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평택은 오성중학교에서 농악을 가르치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배워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농악 육성 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농악을 배웠더라도 이를 전공으로 선택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외부 고등학교나 예고 진학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고, 예고의 비싼 학비를 감당하기에 부담이 많아 중도에 농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예운은 평택농악만의 정통성과 특수성을 아이들에게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이를 통해 대학교 진학은 물론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평택농악 각 분야별 이수자들이 항상 관심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1년에 약 100여회 공연을 하는 평택농악보존회의 공연에 참여하면서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공연을 통해 큰 무대에서 설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예운 출신인 최수빈 군(20세)은 최근 안성 중앙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방학 때마다 평택으로 와서 예운 후배들의 연습을 도와준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변용수(동일공고) 군과 손다은(현화고) 양도 평택농악의 명맥을 잇기 위해 예술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택농악의 오랜 역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예운은 오늘도 땀 흘려 연습하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고장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지역에서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다양한 학교 활성화 프로그램을 도입해 평택농악을 전수받을 수 있는 예운을 알려 아까운 인재가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지자체 역시 오랫동안 이어온 평택농악을 꿈나무들에게 전승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행ㆍ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