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자 제외 자당 국힘 7명 모두 반대·기권…외면

인권센터 ‘둔다’ 강제조항 → ‘둘 수 있다’로 수정

구제 등 대상도 ‘행정이용 인권지향 피해자’ 한정

▲ 17일 평택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실시된 평택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 전자투표 결과.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평택시민의 기본적 인권보장과 증진을 위한 의원발의 ‘평택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인권조례)이 17일 평택시의회 제242회 임시회 제2차 정례회에서 수정 가결됐다.

인권조례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 간 표대결 양상으로 비쳐졌다. 표결 결과 전체 18명 의원 가운데 찬성 10 반대 4 기권 4로 통과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힘에선 조례안을 발의한 김혜영 의원만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고 나머지 7명 의원은 모두 반대(4)하거나 기권(3) 했다. 민주당 의원 중에선 류정화 의원 1명이 기권하고 9명 의원은 모두 찬성했다.

상임위에서 ‘수정가결’한 6명의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정일구) 의원조차도 2명이 반대(정일구, 최준구)하고 1명이 기권(류정화)하는 등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섰다.

전체 표결 결과를 놓고 보면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이 오히려 국민의힘 동료의원들에게 외면당한 셈이다.

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국민의힘 당론과 관계된 이유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애를 포함하는 개념인 ‘성적지향’ 등이 담긴 포괄적차별금지법안(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연계 오해 등을 불러올 조례안 발의가 부적절했다는 분석이다.

▲ 11일 김혜영 의원이 기획생정위원회에서 조례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평택시의회 영상 캡처   ⓒ평택저널

인권조례안은 앞서 지난 11일 기획행정위원회 상임위 심사부터 논란을 빚었다. 조례안을 발의한 김혜영 의원은 인권 피해 상담·구제 등의 대상을 시민 전체로 본 반면, 행정(시 집행부)은 이는 평택시 권한을 벗어난 것으로 시 행정(출자·출연기관 포함)을 이용하면서 인권피해를 본 시민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류정화 의원은 심사에서 “지자체에서 어디까지 개입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의원님들이 다 같이 고민해왔다”면서 “(조원경) 과장님 설명대로라면 관(평택시)의 행정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 그중에서도 인권지향적 서비스에서 일어나는 행위들에 대한 것을 조사하고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런 내용을 듣다보니 방향성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 김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권조례안.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민과 의회 일각에서는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질의하고, 누가 조례안을 발의한 것인지 헷갈린다”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조례안은 시민인권센터 설치와 이의 민간위탁 운영 조항도 논란이 되었다. 안 제15조에서 인권센터를 ‘둔다’로 규정했으나 상임위 심사에서 ‘둘 수 있다’로 수정 가결했다.

또 민간위탁과 관련 최중범 행정자치국장은 “현재 전국 15개 인권센터 중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곳은 단 2곳”이라며 “민간위탁시 인권침해 사건 관련 상담 조사업무는 시민의 기본권 침해 여지가 있어 인권센터를 행정내부에서 운영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말했다.

박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