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영 의장이 관리천 재난 현장을 방문한 모습. 정장선 시장과 평택시의회 의원들이 모두 민방위복을 입은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사진=평택시의회/평택시 제공   ⓒ평택저널

# 재난 현장에서 공직의 상징처럼 만나는 것이 노랑색 점퍼, 이른바 민방위복이다. 민방위복 역사는 민방위 제도가 만들어진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30년 간 민방위복 색깔은 소위 국방색으로 불리는 카키색이었다. 이후 2005년에 디자인과 현재의 라임색(노랑색)으로 바뀌었다.

#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 때 아닌 민방위복 색깔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민방위복 색깔을 청록색으로 변경 방침을 밝히면서다.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 하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색깔과 디자인을 바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민방위복을 새로 구매해야 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 문제다.

# 민방위복은 색깔과 디자인을 떠나 그것이 말하는 의미가 중요하다. 민방위복은 재난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의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자가 화재나 수재를 비롯한 재난 현장에 민방위복을 입고 가는 이유다. 코로나19 당시 민방위복을 입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브리핑 모습은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 지난 9일 발생한 화성시 양감면 소재 위험물질 보관 창고 화재 사건으로 인한 관리천 오염은 환경 측면에서 재앙수준이다. 사고 현장에 한화진 환경부 장관, 평택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소속 시의원, 정장선 시장이 달려갔다. 모두 민방위복을 입었다. 당연하다. 관리천 오염사건은 재앙수준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평택시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했을까.

# 유승영 평택시의회의장도 관리천 오염 현장을 방문했다. 평택시의회와 평택시 보도자료를 보면 10일과 11일에는 혼자, 12일에는 평택시의회 복지환경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14일에는 정장선 시장과 동행했다. 그러나 유 의장이 민방위복을 입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2장의 사진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이다.

#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민방위복은 재난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의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유승영 의장은 시민의 대의기관인 평택시의회의 수장이다. 유 의장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관리천 재난 현장에 갔을까. 또 민방위복을 입지 않고 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하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다. 4일에 걸쳐 반복됐다. 평택시민은 유 의장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 평가할까. 몸짓, 언어, 의상…. 정치인에겐 모든 것이 정치다. 모든 것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박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