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민지원 T/F…“사고 발생 20일 뒤 ‘늑장’ 구성”

총괄도 국장급…외교·국방부 등 상대 적절성 의문

시민 일각, “주민 생명·재산 보호의지 있나”우려도

피해 배상 신청만 6개월…완료까지 2~3년‘막막’

▲김승겸 위원장이 행정사무감사 도중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평택시의회 방송 캡처   ⓒ평택저널

평택지역에서 발생한 주한 미군 F-16 전투기 추락사고(평택저널 5월 6일자 보도)와 관련 피해농민의 배상 등에 시의 소극적 행정이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도마에 올랐다.

제239회 평택시의회(의장 유승영) 제1차 정례회가 열리고 있는 지난 5일 복지환경위원회(위원장 김승겸)는 제2차 회의에서 시 국제문화국 대상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다.

▲평택시 국제문화국 간부공무원들이 행정사무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평택시의회 방송 캡처   ⓒ평택저널

김승겸 위원장은 회의 시작부터 작심한 듯 1시간가량 ‘팽성읍 미 전투기 추락사고’ 관련 현안 질의·답변을 이어갔다. 행감장에는 안전건설교통국 소속 안전총괄과 김재열 과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주한 미군 관련 업무는 국제문화국 한미국제교류과가 담당이지만 미 전투기 추락사고 관련 업무 총괄은 안전총괄과가 하기 때문이다.

김재열 과장은 김승겸 위원장의 질의에 따라 전투기 추락사건 개요 설명, 추진현황 등에 대해 시의 대응 경과를 복지환경위원회 위원에 보고했다.

▲주한 미군 측이 추락한 F-16 전투기 잔해(원 안)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김 위원장과 김 과장, 한미협력과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6일 오전 9시 45분 팽성읍 노와리 325번지 일원에 미 F-16 파이팅 팰콘 전투기 1대가 비행 중 추락했다.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으로 사고 당시 오산공군기지에서 이륙했다. 사고 원인은 단순 기체결함이다. 조종사 미군 1명은 낙하산으로 자력 탈출했다. 그는 거동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관외 거주자 8명 포함 35명 소유의 농지 63필지 15만4천800㎡가 토양오염과 출입통제 등으로 영농을 하지 못하는 농가가 발생했다.

문제는 시 대응이다. 진행 경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시장·시의장 현장 방문(7일) ▲1차 실무위원회 개최(8일) ▲미국측 조사위원회 현장조사·잔해수습(11~6월2일) ▲배상신청 주민안내(12일) ▲관련부서 회의(22일) ▲피해주민지원 T/F 구성(26일) ▲평택SOFA국민지원센터 면담(6월1일).

김 위원장은 먼저 “절차와 권한대로 한다면 시 공무원이 할 일이 없다”면서 ‘피해주민지원 T/F’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고 발생 20일이 지난 늑장 구성인데다 피해 농민의 입장에서 볼 때 배상과 관련 상황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T/F팀 구성은 잘 했으나 늦었다. 더구나 T/F가 구성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주민들은 향후 일정에 대해 아직도 깜깜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이제 영농이 끝나고 피해보상 신청서를 제출해야 되는데 신청서를 제출한 분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주한 미군 측이 추락한 F-16 전투기 잔해를 찾기 위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진=평택저널   ⓒ평택저널

김재열 과장은 "사실상 5월 8일 개최한 실무회의가 T/F"라면서 늑장 구성 지적을 일축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최초에) 임시로 상황수습을 위해서 몇 개 과가 모인 것을 두고 T/F라고 할 수 없다"면서 "정식 T/F는 보고서에 있는 것처럼 26일 맞다"고 재차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T/F운영 시기도 문제로 지적했다. 시는 피해 농가가 배상신청을 완료하는 시점까지 T/F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배상이 완료될 때까지 운영해서 피해 주민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배상신청만 6개월이 걸리고, 배상심의를 하는데 10개월,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고 하더라도 배상이 완료되는데 3년이 걸린다”면서 “2년이든 3년이든 주민들을 위해 끝까지 집행부에서 힘을 써줘야 한다. 주민피해 지원 T/F팀은 배상완료시까지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일각에서는 T/F를 총괄하는 반장을 안전건설교통국장으로 한 것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시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피해 주민을 위한 대응을 위해서는 국방부, 외교부, 주한 미군 측 등을 상대해야 하는데 국장급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시민 A씨는 “시 자체적으로 완결할 수 있는 평택시 각종 조례와 관련된 위원회만 하더라도 시장과 부시장이 위원장”이라면서 “T/F 반장을 국장으로 하는 것은 흉내기에 그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승겸 위원장은 이날 행감에서 주한 미군 관련 사고발생시 대응하는 매뉴얼이 없는 시 행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사고 예방은 물론 피해주민이 발생했을 때 사고수습이나 대처를 위한 매뉴얼 제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택시민 시의회 모니터링단이 평택시의회 제239회 제1차 정례회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평택시민 시의회 모니터링단 제공   ⓒ평택저널

한편, 지난 5월 팽성읍 노와리 일대에서 발생한 미 F-16 전투기 추락사건 관련 시의회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 발생 한 달 여 만이다. 평택시민 시의회 모니터링단 단장을 맡고 있는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대표는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가 지역 현안인 전투기 추락사건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도 어렵게, 그 마저도 한 달이 지난 뒤 이뤄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안타깝다”면서 김승겸 위원장의 행감 질의를 높이 평가했다.

박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