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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는 르네상스맨으로 이론과 실천방향까지 완벽하게 겸비

김진현 회장은 동아일보기자, 논설주간, 한국경제신문 회장, 문화일보 회장,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과학기술부장관, 서울시립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외형상 언론인으로 학자로, 관료(장관)로 폭넓게 활동한 민세 선생의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따른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2005년부터 민세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아왔으니 외형뿐 아니라 실천 내용에서도 사실상 민세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기도 하다.

Q. 다사리포럼이 100회를 맞았습니다. 이 포럼이 회장님 권유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지방에서 포럼은 인천에서 가장 먼저, 또 비슷한 시기에 마산 합포포럼이 시작했다. 이 두 포럼을 보고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거기서 다사리포럼을 구상하게 되었다. 

Q. 회장님이 생각하는 민세 선생은 어떤 분인가요.
민세 선생님은 르네상스맨이다. 올라운드(allround)캐릭터인 것이다. 르네상스시대 지식인(지도자)은 예술가이면서 건축가, 과학자이면서 종교인이었다. 새로운 시대, 개벽의 시대 주역들은 모두 이런 올라운드맨이다.

기본적으로 지도자는 올라운드맨이 되어야 한다. 특히 민세 선생님은 한국의 대격변기에 사셨다. 왕조시대, 전통시대에서 근대시민사회로 넘어가면서 제국주의시대를 맞이하고 독립이 되고 건국이 되는 대격변기를 맞은 한국사회, 한인사회, 한민족사회에서 민세 선생님은 르네상스맨으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나셨다.

정말 민세의 위대한 점은 단순히 이론적으로 르네상스맨일 뿐만 아니라 실천의 방향을 분명히 아셨다는 것이다. 이승만 박사처럼 미국에서 또 김구처럼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은 신변위협이 적다. 거기까지 일본의 통치영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 있으면 고난을 많이 당한다. 민세는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했다. 민족의 독립운동, 한민족의 독립운동 기초는 해외운동보다는 죽으나 사나 이 땅 이 민족의 민력(民力)을 키워서 독립을 하는 방법, 그 길 밖에 없다고 판단하셨다.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아예 고생하시겠다는 각오를 한 것이다.

두 번째로 위대한 일은 독립운동에서 조차도 폭력에 찬성을 하지 않으신 것이다. 우리의 문화력, 교육력을 믿었고 다사리 같은 경우 인격력, 도덕력을 통해서 적을 제압하는 것이 진정한 독립운동이고 민족의 주체운동이라고 여겼다. 폭력에 의한 독립운동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실현 불가능한 전쟁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판단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겠지만 그 당시로서는 굉장히 드러내기 어렵고 외로운 판단이었다.

중간에 많은 좌절을 겪기도 했다. 신간회가 실패를 하기도 하고, 언론도 독립이 아니라 자치로 훼절(변절)하고, 종교도 그랬지만 민세는 끝까지 독립을 해야 된다는 원칙을 지켰다. 원리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일도 쉽지 않은 것이다. 민세는 원칙과 기초와 원리에 충실하려고 했다. 동양의 군자이면서 서양의 신사같은 엘리트 요건을 다 겸비했다.

Q. 민세 선생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정리 될까요.
네오 르네상스맨이고 명제와 이론과 실천방향까지 완벽히 갖춘 분이다. 많은 독립운동가, 민족주의자, 근대 기본주의자가 있었지만 대개 한쪽에 치우쳤다. 그러나 민세는 좌우를 통합하려고 했고 그것을 가장 꼿꼿하게 지켰다. 민세의 방향이 시대에 맞았다고 생각한다.
제헌국회 때 참여 안 한 것도 나름으로 어떻게 해서든 분단된 나라가 아닌, 통일된 나라로 국가를 세우고 싶었던 간절한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정략가로서는 실패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원리원칙을 지키는, 한국의 자주독립과 근대민족주의의 지류를 확실하게, 순전하게 지키기 위해 제헌국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 근대 민족주의의 지류에 가장 충실하신 분이 민세라고 본다.

선친과 민세 안재홍 선생이 신간회에서 함께 일한 인연

Q. 민세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게 된 특별한 이유는.
내 선친인 정치인 김영기(안성 출신으로 2대 경기도지사, 제헌국회의원을 지냄)는 민세 사람이다. 일제 강점기 때 아버님은 안성 지역에서 신간회 일을 하셨다. 그 인연으로 해방 뒤에 민세가 창당한 국민당에 들어갔고 안성 지부장을 하셨다. 그런 인연이 있다.
내가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 있을 때 논설위원실에 있던 박권상씨와 가깝게 지냈다. 나이도 많았지만 훌륭한 언론계 선배였다.
박권상씨는 김정기(전 방송위원장)씨하고 방송관계로 친했다. 김정기씨와 언젠가 점심을 같이 할 때였다. 김정기씨는 민세를 잘 알고 있었다. 내 선친과 민세 선생의 관계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버님이 민세를 따라다녔다고 했더니 아, 그러시냐고, 지금 민세기념사업회가 있는데 그것을 맡아달라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으로 있을 때 다시 찾아와 부탁을 했다.

Q. 회장님은 지난 3월 1일 민세 안재홍 선생 서세 50주년 추념사에서 민세의 사상이 평택지역에서 계승,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특히 민세의 중도 통합주의는 지금같이 이른바 진보와 보수가 극력하게 분열되어 있을 때, 또 이른바 재벌의 독점과 워킹푸어 등 극단으로 양극화되어있을 때…. 이런 극단의 양극화 현상이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모든 분야에서 전개되는 지금 시대에 민세의 중도 통합주의는 절실하다.  극단의 양극화 해결을 위한 열쇠제공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1세기 새 선비·제2의 민세 세력인 진짜 중도가 새 롭게 중심을 세워야

김진현 회장이 민세 서세 50주년 추도사에서 강조한 민세 안재홍 선생의 중도의 가치와 현재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 이 갈등과 혼돈의 위기에서 극진하고 경건한 자정(自淨)의 눈물과 땀을 통하여 새로운 주류가 나와야 합니다. 진짜 중도가 새 중심을 세워야 합니다. 중도는 정직이요 중심이요 정의입니다. 중도는 중간이 아니라 정직입니다. 중도는 기회주의가 아니라 중심입니다. 중도는 고독하고 괴로워도 사회공동선과 공익을 먼저 실천하는 정의입니다.
(…) 중도는 중정(中正)입니다. 보수이되 개혁적이고 진보이되 현실적이고 보수이되 부패하지 않고 진보이되 폭력을 거부하고 우익이되 이기주의를 거부하고 좌익이되 아집과 독선을 거부하고 우익이되 경제 제1주의를 버리고 좌익이되 이념에 안주하지 않고 기성세대이되 이상을 놓치지 않고 젊은 세대이되 환상에 매몰되거나 과거로부터의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고 좌·우, 보수·진보 세대가 모두 사회공동선 국가공익 보편윤리에 충실하고 이를 위하여 기꺼이 자기를 희생하는 그런 엘리트군, 그런 새 주류입니다. 그런 21세기 새 선비 ‘제2의 민세’ 세력입니다.’

김 회장은 평택지역에서 계승하고 활성화시켜야 할 민세 사상으로 ‘다사리’를 들었다. 
“천도교 개창 156주년 기념식에서 교령은 현재의 썩은 물신주의의 잘못을 지적했다. 당시 안대희 전 총리 지명자도 세월호 사건은 이 사회에 만연한 물신주의와 자본주의의 탐욕 때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모두가 이 사회를 물신주의라고 다 인정하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환경문제 어떻게 고칠 것인가. 식량과 에너지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다사리라고 하는 정신이 중요한 공동체, 공생의 씨앗을 제공하고 있다.
다사리 이론만 할 것이 아니라 평택에서 다사리 공생 같은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 평택에서 왜 그런 운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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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민은 민세교도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민세 선생님이 강조하신 열린 민족주의, 민족적 국제주의가 더해져야 한다. 나는 감히 말하는데 평택에서 민세교가 나올만하다. 확신한다. 민세기념사업회 회장으로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분의 행적이나 글이나, 중도통합노선이나, 민족적 국제주의나 조금만 더 파고들어가면 천도교, 증산교 하듯이 민세교가 나올만하다. 그렇다고 사이비 종교가 아니고(웃음). 그 분의 높은 경지에 닿은 이론을 높은 경지로 실천을 하는 민세교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평택분들은 민세교도가 되어야 한다.

Q. 세월호 참사 1주를 맞아 신문에 기고도 하고, 민세 서세 50주년 추념사에서 열변을 토하셨습니다. 국적과 사상 기반이 전혀 다르지만 회장님 모습에서 90살이 넘은 고령에도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라며 “지금은 분노하고 저항할 때”라고 외친 책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이 연상됩니다. 삶의 길을 묻는 우리 젊은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금은 동학에서 말하는 개벽의 시대다. 커다란 구질서가 무너지고 새 질서가 탄생하는 시기다. 여러 면에서 예증할 수 있다. 15세기 이후 전 세계를 500년 동안 지배했던 대서양의 시대가 지고, 비 대서양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르네상스,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근대화라고 하는 것, 합리적 이성, 개인주의 산업화, 공업화라고 하는, 근대화라고 하는, 하나의 큰 시대가 정보화를 통해서 생물학을 통해서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하나님의 영역이었던 생명탄생 영역을 사람이 만든다고까지 한다.
날마다 미국 금리가 올라갈 것인지, 내려갈 것인지 걱정해왔다. 인간에게 역사 이래 돈은 항상 모자랐다. 자본이 모자랐다. 그런데 지금은 돈이 넘쳐나서 증권시장만 활황이다. 취직을 못하고 난리인데도 그렇다.
세계에서 중앙은행 제도가 제일 먼저 영국에서 시작됐다. 140년 전이다. 미국이 102년 되었다. 중앙은행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제로금리는 처음이고 그것도 한 해가 아니라 2008년 이래 계속되고 있다. 금리라는 것이 왜 있는가. 이자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자가 제로, 거꾸로 마이너스다. 이것은 인류역사상 있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럴 때 종교적인 표현밖에 가능한 것이 없다. 한 세상이 뒤집어지고 있는 것이다.

변화와 개벽의 시대에 젊은이가 할 일은 기본과 원리와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

개벽의 징조가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개벽의 징조로 보는 것 가운데 하나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과 행동이다. 그의 말씀과 행동은 로마교황청 1600년 역사를 완전히 깨고 있다. 돈은 봉사하는 것이지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근대의 돈의 가치를 완전히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이 한국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야 한다. 다사리 같은 것에 그런 징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시간이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뒤집어지는 과정이다. 이런 대개벽의 변화시대에서 젊은이들이 할 것은 다시 기본과 기초와 원리와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더 이상 재주부리려고 하면 안 된다. 그것이 길게 사는 길이고 대격변기를 헤쳐나가는 출발점이다. 변화와 개벽에 타려하지 말고 기본, 기초, 원리, 원칙으로 돌아가서 보면 갈 길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지금 젊은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현실과 스펙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고의 폭이 동서고금, 종횡무진으로 펼쳐지는 김진현 회장. 이번에는 박노해의 삶과 문학으로 이어진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를 해소하고 약자의 인권도 옹호해야 하지만 여느 시골집 옷장에도 안 입는 옷이 쌓여있다. 소비문명, 석유경제의 정점에 서 있는 거다. 중국, 인도 등의 모든 사람이 우리의 최하위 10%처럼 살아도 지구가 열 개라도 모자랄 것이다. 이만하면 넉넉하다. 70년대 까지만 해도 우리에겐 품위와 품격이 있었고 정갈한 문화가 있었다. 80년대들어 민주화를 이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와 도리를 잃게 됐다. 이권다툼으로 전락한 진보진영에서 빠진 것도 이런 거다. 앞선 과거를 회복해 새 문명을 일으켜야 한다’
박노해가 한 말이다. 돈 적게 쓰고 먹을 만큼만 일하고 시골 가서 농사지면서 문학하라고 한다. 다사리하고 맞는 얘기다. 기초와 기본에 돌아가서 생각해봐라. 평택이란 이름도 그렇고 다사리의 민세의 사상도 그렇다. 천안의 안, 안성의 안, 평택의 평자. 모두 이 지역에 뭔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을 통일할 수 있는 것이 민세다. 수원까지 통털어 민세만한 인물이 없다. 사상과 실천을 겸비한 사람. 민세기념사업회 회장으로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사회과학자 김진현의 생각이다.

민세의 중도 통합정신-극단의 양극화·평택 3개 시군의 진정한 통합에 열쇠 제공

Q. 민세 안재홍 선생의 사상은 현재적 의미로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5월이면 평택군·송탄시·구평택시 3개 시·군이 하나로 된지 20년이 됩니다. 진정으로 하나된 평택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정서적 통합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치유의 방법, 실천방법이 있을까요.
다사리와 중도 통합적인 사상, 이것이 3개 시·군 통합뿐만 아니라 전국을 통합하고 경제적인 양극화를 통합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당시 독립운동 했던 사람은 모두 검약했다. 민세는 검약을 넘어서 희생하신 분이다. 운암, 백범은 가난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민세는 부자였다. 활동하면서 돈을 모은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있는 돈을 썼다. 큰 모범이다. 사람은 있으면 더 보태려고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성완종 사건도 그렇고, 세월호 유병언 사건도 그렇고, 이완구 총리…. 60년대 이후 리더란 사람은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결국은 부패와 닿았다. 그러나 민세는 자기 재산 쓰고 희생하고 가셨다.
이전의 3개 시·군 지역에서도 자기 것만 챙기려고 하지 말고 민세처럼 희생을 하면 저절로 통합이 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도 민세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

Q.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2006년에 쓰신 책 『일본친구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아키히토 천황의 역사 선언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렇다. 천황은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안에서 뭔가 움직이고 있다. 태평양섬에 일본군과 미군이 많이 희생된 곳에 갔다. 은유적으로 “전쟁의 비극은 절대적으로 일어나서는 안 되고 전쟁의 비극은 절대적으로 기억하고 전후 평화를 어떻게 유지했는지에 대해 각성해야한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이다. 그 정도 이야기 하는 것도 아베와 신경전을 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특유의 비대칭적 힘 길러야

Q. 평택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힘들어 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까요.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운명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충돌지역이다. 특히 한반도는 중국대륙 세력이 통일을 하면 동쪽으로 첫 발을 내딛는 곳이다. 군벌로 나뉜 일본도 통일이 되면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한반도를 침략한다. 
1945년 이후 질서가 바뀌어서 중국과 소련이 대륙에 있고, 일본과 미국이 해양세력이 되었다. 우리는 해양세력이 우세를 점하고 있을 때 근대화, 민주주의를 이뤘다. 그런데 개벽의 질서가 전개되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미국과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에 대항해 중국이 설립 제안한 국제금융기구) 설립은 미국의 1극 질서가 깨졌다고 하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개벽의 새 질서가 언제 올지 모른다. 그러나 개벽은 시작되었다. 이럴 때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군사력으로, 경제력으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인구와 자원, 역사가 다르다. 일본이 약하다고 하지만 과학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고 세다. 경제력? 한류 얘기 하지만 당장 평택만 하더라도 일식집이 몇 개나 있는가. 음식점 뿐만 아니다. 마트에 가도 그렇다. 일본 제품이 널려있다. 경제력은 얘기가 안 되는 것이다. 과학기술력도 마찬가지다.

1992년에 한-중 수교를 맺었다. 그 때 한국 4천500만 명의 GDP가 중국 12억 인구의 GDP와 비슷했다. 지금은 비교가 안 된다. 우리나라가 1조인데 중국은 7조가 넘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비대칭’적인 힘으로 살아야 한다. 대칭적인 것은 경제와 경제가, 군사력과 군사력,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이 맞붙는 것이다. 그것으로는 우리가 못 당한다. 
그럼 비대칭적인 것이 뭐냐. 스위스나라 같은 거다. 1차 대전 때 그 작은 스위스를 주변에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가 침범을 하지 않았다. 중립을 유지했다. 영국이나 미국이 중립 평화국으로 인정한 것은 스위스에서 만드는 것 중에 꼭 필요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정밀화학, 정밀기계. 독일은 스위스의 이것을 가져야 프랑스와 싸워 이길 수 있다고 믿고, 반대로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스위스가 서로 필요했고 아쉬웠던 것이다.
스위스가 힘으로는 미국과, 프랑스, 독일하고 대적이 안 된다. 그런 비대칭적인 힘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비대칭적인 힘을 가져야 되는 것이다.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모두가 우리나라에게 그 기술을 달라, 그 정보, 그 제품을 달라, 그 정보를 빌려달라고, 매달릴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세의 원리와 원칙에 따른 독립, 독립주의 민족주의로 가려면 아직도 멀었다.

대한민국 지도자가 갖춰야 할 첫째 조건은 ‘희생’

Q.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사회 지도자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희생이다. 자기가 더 욕심을 내고 특히 가족, 자신과 인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 하겠다고 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그리고 훨씬 이전부터 지금까지 경고음은 수십 번 나오는데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패만 하지 않아도 칭찬을 받는 사회다(웃음).
희생이라는 말도 과하다. 규정대로만 살아라. 그러면서 책무를 다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칭찬받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안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지도자는 내가 벌어서 떳떳하게 비싼 것을 사서 입는데 누가 뭐라고 하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나고,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있다.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나도 책임이 있다, 지도자는 그런 의식에서 살아야 한다.
모두들 세계화, 세계화 한다. 그러나 2007~8년 금융위기 무엇으로 극복을 했나. 국민이 세금내서 했다. 국경이 없다? 어림도 없는 소리다.

결국은 기초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기초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에서 지역으로, 동네로, 나 자신으로. 나는 생명이다.

김진현 회장은
1935년 안성에서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니만펠로우 과정(경제개발 전공)을 마쳤다. 고려대에서 명예경제학박사, 광운대에서 명예공학박사를 받았다. 동아일보 기자, 논설주간, 동아방송 경제부장,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과학기술부 장관, 세계화추진위원회 위원장, 서울시립대 총장, 한국경제신문 회장, 문화일보 회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추진위원장, 이봉창의사기념사업회 회장, 장준하기념사업회 회장, 포니정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신간회기념사업회 회장,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한국주식회사』, 『한국경제학의 제문제』 (공저), 『한국의 선택』,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 『해양 21세기』(공저), 『한인-삶의 조건과 미래』(공저), 『일본친구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 등이 있다.